바느질과 벗 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의 손끝으로 소소한 소품들이 만들어지고, 쓰이고,

때로는 버려지고…

누군가에게는 장식품(?)이 되어 기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만족을 선물했을 것이다

…  중략  …

무더위가 기승하던 지난여름 바늘 한 번 잡지 못하고 집을 고치는 일에 매달렸었다.

덧댄 구조물들을 털어내자 뒤뜰과 시원한 대청마루가 돌아왔다.

추억도 덤으로 따라왔다.

채송화도 심고, 나팔꽃, 붓꽃, 수세미…

뒤뜰의 귀환은 꽃밭이라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을 되찾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바느질을 통해 그토록 그려내고 싶어 했던, 말로 잘 설명되지 않는 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정서적인 공간이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가 그리워한 세상은 얄팍한 가치로 재단되고 손쉽게 취하고 버리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바느질은 정원을 가꾸듯이 우리의 영혼이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이었다.

지난한 여정이었지만  20여년에 걸쳐 바느질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한 땀, 한 땀, 마음을 담아내는 치열함이 깃든 삶을 향한 동경이었는지 모른다.

 

 

– 김혜성 작가노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