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9~10.16

 

어릴 적 나와 오빠는 엄마의 팔목에 끈을 달아 서로 연결된 상태로 길을 나선적이 있다. 먼 길을 떠나며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빠를 만나러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우리 셋은 삶의 가장 끈끈한 순간 속에 있었다.
나는 연결된 서로의 몸을 가장 끝에서 바라보았다.
엄마의 호리호리한 뒷모습과 그 뒷모습에 겹쳐지는 어렸던 오빠의 모습이 물에 잠긴 이불을 보는 것처럼 아렴풋하게 떠오른다.
동양인을 찾아 볼 수 없던 낯선 공항에서 우리는 미아처럼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아 걸었다.
서로 빗겨선 틈 사이의 공간만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겹쳐진 작은 부분만큼 서로를 공유하면서.
한 줄에 연결된 우리의 모습이 실 땀처럼 이어진 최초의 순간이었다.

실로 엮어진 홑겹의 천 조각이 창틀에 걸려있다.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는 조각 사이사이에 감춰져있는 가는 실 땀이 햇빛에 반짝인다.
빛에 투과되어 선명하게 드러나는 실 땀.
우리는 서로를 엮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접만큼 살갗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바늘로 잇고 천 조각을 덧대고, 그 조각을 하나의 완성체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연결점이 보인다.
각각 하나의 조각이지만 결국 하나의 그림이 되는 이불처럼 우리는 수많은 조각과 조각, 그리고 긴 실 땀에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희기